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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

읽고.쓰기/느낌! 2009. 4. 1. 22:50

점심 식사후 잠시 약속시칸의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난 머리를 깍았다.
미장원이 아닌 이발소에서 말이지.
이발소. 참 오랜만에 가보는것 같다. 머리를 깍는것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각종 마사지와 안마를 해주는곳으로 전락한 이발소. 이발소는 언젠가 부터 그런곳으로 변했다.
서울 변두리 어두컴컴한 한 귀퉁이에 모범업소라고 적힌 스티커가 부착된 입구의 문을 열자. 송강호가 열연한 '효자동 이발소'인가에서 보는 모습의 풍경이 펼쳐진다.
한 10년은 훌쩍 넘었을것 같은 의자3개가 중간까지 자리를 하고 있고, 나이가 한 60이 다되었을것 같은 할아버지가 나를 맞는다.
저쪽에는 머리를 감는곳이 누렇게 바래 버린 색으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어린 시절  머리를 싹뚝 싹뚝하고 자른다음에 아저씨는 늘 쓱싹쓱싹 면도칼을 무슨 가죽에 갈곤 했던 기억이 났다.
머리감는 그곳 옆에 녹슨 못에 대롱 대롱 매달린것이 어릴적 보았던 그것과 비슷하다.
린스와 샴프 그리고 각종 헤어크림들의 냄새가 아닌.
포마드 냄새가 가득하다.
나는 그곳에서 앞몸자락에 원래는 하얀색이었을 누런 포대기를 두르고 머리를 깍았다.
쓱싹쓱싹. 면도도 예전처럼 했다.
아~ 나도 나이가 한참 되어가고 있나보다.
나는 이 이발소 냄새를 또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야 맡을 수 있을게다. 빠르고 편한 세상을 살고 있으니 누가 언제 이런 누추한 곳을 또 찾을까.!
나는 포마드도 발라보았다.
그리고 철제로 된 헤어드라이기로 머리 손질도 받게 되었다.
거울에 비쳐본 내 모습은 미장원의 그것과는 달랐다.
그 거울에는 나의 모습과 함께 이런게 비추고 있었다.

" 어느샌가 모든것이 추억으로 변했네.!"

WRITTEN BY
황풀잎
심리 상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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