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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견기업 2세를 만났다. 40대 중반쯤 된 사람이다. 눈이 부셨다. 인물도 좋은데다 관리까지 잘했다. 그의 말이다. “애가 셋입니다. 회사 일에 가정 일에 시달리다 보니 어느 날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것 같더군요. 체력도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뭔가 변화가 필요했지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동네를 조깅합니다. 주기적으로 근육운동을 합니다.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합니다. 운동을 하면서 어제 일을 반성하고 오늘 일을 계획합니다. 몸이 상쾌하니 일의 효율도 오릅니다.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합니다. 제가 술을 좋아했는데 자연히 술 마시는 횟수도 줄더군요. 술을 마시면 새벽에 일어나는 게 힘들거든요. 음식도 가려 먹게 됩니다.” 두 시간 밥을 먹은 게 그 사람과의 만남 전부다. 그 사람이 얼마나 경영을 잘 하는지, 생각이 어떤지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을 그 정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면 일정 경지에 올랐다고 보아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정치지망생들에게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아니지만 미래 국회의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지인의 부탁으로 그들을 만났다. 우선,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약속시간보다 30분 뒤쯤 강의를 시작했다. 비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얼굴색도 칙칙하고 눈이 충혈된 사람이 많았다. 술 냄새를 풍기는 사람도 있고 대부분 담배를 피웠다. 방안은 이상한 냄새로 가득 찼다. 입성도 궁색해 보였다. 다들 자기관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치하려는 이유를 물었더니 이 썩어빠진 세상을 확 바꾸고 싶기 때문이란다. 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누가 누구를 바꿔. 당신들 관리나 잘 하세요.” 이렇게 자기관리가 안 되는 사람들이 무슨 세상을 바꾸나. 정말 소가 웃을 일이다.

몸은 무엇인가? 겉으로 보이는 마음이다. 마음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몸이다. 몸 가는데 마음 가고 마음 가는데 몸이 간다. 마음 상태를 보면 그 사람의 몸 상태를 알 수 있고, 몸 상태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은 센서가 발달했다. 뭔가 이상이 오면 즉각 시그널이 울리고 조치를 취한다. 센서가 잘 작동한다. 망가지는 자기 몸을 용서하지 않는다. 음식을 줄이고, 술을 끊고, 운동을 시작한다. 그래서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건강치 못한 사람은 센서에 이상이 있다. 뭔가 잘 느끼지 못하고, 느끼더라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몸에 결정적 문제가 생길 때까지 차일피일 미룬다.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급하지 않다. 그래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래도 별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운동과 독서가 대표적이다. 둘 다 바빠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한다고 얘기한다. 난 동의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 독서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독서를 하지 않기 때문에 바쁜 것이다. 운동도 그렇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 게 아니다.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바빠지는 것이다. 자주 아프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고, 하지 않아도 좋은 일에 쓸데없이 시간을 쓰고 등등…

인생은 시간이다. 인생은 시간활용에 달려있다. 시간사용에는 최적화가 필요하다. 너무 한 곳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상황에 맞게 몸과 정신에 시간분배를 최적화하는 게 핵심이다. 여러분들은 어디에 시간을 많이 쓰는가? 대부분 현대인은 머리 쓰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몸 쓰는 일에는 소홀하다.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순위의 처음은 몸이 되어야 한다. 몸을 관리하면 정신과 마음까지 관리할 수 있다. 일타이매다. 반대로 정신적인 부분만 관리하면 몸이 망가진다. 소설가처럼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촉망 받던 소설가가 후반에 가면서 필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체력저하 때문이다.

몸이란 무엇일까? 몸이 당신 집이다. 지식과 영혼도 건강한 몸 안에 있을 때 가치가 있다. 몸이 아프거나 사라지면 별 소용이 없다. 집이 망가지면 집은 짐이 된다. 소설가 박완서는 노년에 이렇게 말한다. “젊었을 적의 내 몸은 나하고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 들면서 차차 내 몸은 나에게 삐치기 시작했고, 늘그막의 내 몸은 내가 한평생 모시고 길들여온,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몸만이 현재다. 생각은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몸은 늘 현재에 머문다. 현재 몸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몸은 늘 모든 것에 우선한다. 몸이 곧 당신이다. 몸을 돌보는 것은 자신을 위한 일인 동시에 남을 위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몸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몸을 돌보지 않으면 가장 먼저 본인이 피해를 입는다. 이어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 몸을 돌보면 몸도 당신을 돌본다. 몸을 돌보지 않으면 몸이 반란을 일으킨다. 나는 그게 제일 두렵다.


                                                                    _한근태 소장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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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풀잎
심리 상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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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나에겐 아름다웠던 추억이 그녀에겐 불쾌했던 기억인적도 있었죠. 대체 내게 남은게 뭘까? 추억도 결국 나혼자 내 유리한 기억 조각의 착각이었고. 그동안 쏟은 시간과 노력은 뭐였지? 그렇게 허망해 하며 정산해보니 조금은 성장해있는 내가 있더라능."
_김풍님의 트윗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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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풀잎
심리 상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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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어떤 조사회사의 회의실에 앉아 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기성세대의 리더십 경향을 파악하는 그룹 인터뷰에 초대된 것이다. 회의실에는 당신을 포함한 여섯 명의 조사 대상자와 인터뷰를 진행할 사회자가 있다. 질문 시작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정을 이끄는 가장은 대체로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남성입니까, 여성입니까?” 당신은 속으로 ‘질문이 뭐 이래?’ 하고 시큰둥해졌지만 가벼운 첫 질문이라 생각하고 성의껏 답하려 한다. 그런데 당신이 입을 떼기도 전에 다른 다섯 명의 이구동성이 들려온다. “여성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새도 없다. 사회자가 당신의 생각을 묻는다. “나, , 남성이 아닐까요….” 당신의 목소리는 힘이 없다.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제부터 여성이…’ 하는 의혹의 시선을 다른 다섯 명에게 던지기도 전에 두 번째 질문이 시작된다. “타조와 거위가 경주를 하면 어느 쪽이 이길까요?” 이쯤 되면 당신은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저마다 우렁찬 목소리로 ‘거위’라고 외친다. 그럼 당신의 대답은? 거위라고 답할 확률이 70%.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이런 유형의 실험을 한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는 이것을 ‘상황의 힘’ 실험이라고 불렀다. 실험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명은 사전에 입을 맞춘 연기자들이다. 실험 대상자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서서히 다수의 의견에 따르게 되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개의 사람들( 70%)은 특정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성을 잃고 상황논리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고 한다. 즉 다수가 동의하는 쪽으로 휩쓸리게 된다는 것이다. 짐바르도는 만일 누구라도 회의실 밖에서 이 광경을 봤다면 ‘나라면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했을 텐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오만이라는 것이다. 상황의 힘은 그만큼 강하다. 후미진 골목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가 쌓이는 것, 학교나 조직 안에 소위 ‘왕따’를 만드는 것도, 온라인상에서 마녀사냥이 활개를 치는 것도 상황이 만든 결과다

골목의 쓰레기도, 왕따를 시키는 것도 처음엔 한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 행위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그것은 더 많은 사람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상황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언제나 상황에 지배당하는가. 그렇지 않다. 인간이 상황을 지배하는 훈훈한 이야기도 있다.

2003
년 가을 어느 날, 우리는 인터넷에서 놀라운 사진 한 컷을 보게 된다. 지하철 차량이 역내로 도착하는 순간,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로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이 전동차를 밀어내는 광경이다. 상황은 이랬다. 처음엔 사람들이 실족한 사람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 손쓸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로부터 ‘밀어보자’라는 외침이 들렸고 여기저기서 ‘해보자’라는 소리가 보태지자 상황은 반전됐다. 차량 내부에 있었던 승객들까지 모두 내려서 구령에 맞춰 밀기 시작하자 전동차는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졌고 마침내 떨어진 사람을 구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상황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짐바르도는 ‘3의 법칙’을 주장했다. 적어도 세 사람의 힘이 합쳐져야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3은 곧 집단개념이 되고 이것이 전환점을 만든다는 것이다. 지하철 사고에서도 처음으로 ‘밀어보자’며 전동차에 손을 댄 한 사람에게는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사람의 손이 보태지자 이어 수백 명이 합세하게 된 것이다. 3인 이상이 되면 사회적 규범이나 법칙을 형성할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악한 상황에 휩쓸리게 하는 ‘나쁜 3인’을 만나느냐, 행복한 상황을 만드는 ‘착한 3인’을 만나느냐는 것이다. 배추 파동이 나자 나쁜 3인을 구축한 무리들은 책임 회피와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쏟아놔 괴담이 떠도는 불안한 상황을 만들어 냈다. 상황은 국민을 지배하고 국민이 상황에 휩쓸리게 되면 무슨 재주로 평정심을 찾게 해줄 것인가

단지 배추 문제가 아니다. 나쁜 3인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불안정국을 만드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국민들 스스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착한 3인을 구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때의 착한 3인은 그저 착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33t이나 되는 전동차를 밀어낸 힘으로 무엇인들 못할까!

유재하 UCO마케팅그룹 대표이사

중앙일보에 조인스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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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풀잎
심리 상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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