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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침묵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벗들과도
대화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기도 하겠지만 
가끔은 불필요한 말들로 인해 자신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경우 또한 없지 않다.
"침묵은 금이다. 말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등 입을 열때 조심 조심. 100번을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는것을
잘알지만. 자신을 잘 포장할 줄 알아야 하는 이 시대를 살면서 침묵은 너무 힘든 고행일지도 모르겠다.
2박3일 훌쩍 어디론가 떠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그저 말문을 닫아 버리고 싶은것뿐만이 아닌, 
혼란의 시대를 사는 자신을 뒤돌아 보고 싶었으며, 진정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것이며 인생에 나침반은 제대로 설정이 
되어 있는가 등 총체적인 삶의 앞 과 뒤를 샅샅이 살펴보고 싶었다

 
눈부시게 파란색의 질감과 포말처럼 부서지는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도 있고, 파릇 파릇하게 새롭게 피어나는
산과 들속에서 풀 냄새를 맡아 볼 수 있는 여행의 길도 있었지만. 머리의 오랜 시간 고인  생각들과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1년 365일 오직 하느님과 함께 하는 그 분들의 세계에서 작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오상 영성원 피정의 집." 신부님 2분과 수사님 2분이 수도하고 계시는 강원도에 산골에 
2박 3일의 침묵 생활을 이곳 작은 피정의 집에서 생활해보기로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누군가 쌓아둔 "예수 고난의 기억이 우리 마음에." 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 작은 돌탑이 있다.
인간의 죄를 대신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다는 예수님.
믿음이 부족한 내가 저 메시지를 알아 들을 수 있을까?!



숙소 입구에 십자가가 보이고 피정 생활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입구로 가는 계단이 보인다.


이미 몇 몇 사람들이 숙소에 묵고 있는 모양이다.

침묵.
이곳에서 생활하면 신부님과 처음과 끝에 나눈 인사 몇마디를 제외하고는 말문을 닫았다.
처음에 힘들고 어려웠지만, 왜 침묵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마음이 정화되고 이후에 더 큰 힘을 얻게 됨을 체험하게 되었다.
바쁜 일상을 살면서 나도 모르게 조급해지고 빨라지고 참지 못하고 그래서 중요한 결정을 거슬리게 되고...
침묵을 통해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도. 그리고 너도. 우리 모두에게도 용서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너무 어렵겠지만 말이다.

가끔 이곳을 찾고 싶어질것 같다.
백구도 만나고 싶어질것 같다.
침묵안에서 만났던 분도 만나고 싶어질것 같다.

하지만 일상에서 항상 이곳에서의 생활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이렇게  침묵 피정이 끝나갔다.

3월20일~22일

WRITTEN BY
황풀잎
심리 상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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